불국사 주지와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설조 스님(87)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시민연대) 사람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지난 5월 1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MBC 피디수첩을 통해 보도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의 비리와 불법행위 등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단식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설조 스님의 기자회견 내용은 비장했다.불교개혁을 위한 노승의 비장한 실천 “1980년 이후 적주(賊住:정식으로 ...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이 참패하리라는 것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예고된 바 있었지만 실제로 드러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 14곳 가운데 대구와 경북(통칭 TK)에서만 당선자를 냈는데, 그것조차 종전처럼 압승은 아니었다. 서울의 기초단체장(구청장) 당선자 25명 가운데 24명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라는 사실도 놀랍기는 하지만, ‘보수의 요새’였던 강남·서초·송파중에서 서초 단 한 군데만이 한국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은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강남 3구조차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렸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최근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관한 보도에 앞장서면서 ‘종횡무진’ 하던 TV조선이 암초에 부닥쳤다. 사건 취재에 나선 그 매체의 기자가 무단주거침입과 절도 혐의로 경찰에 출석했기 때문이다. 그 기자는 지난 18일 새벽 ‘드루킹 일파’의 근거지로 알려진 경기도 파주의 느릅나무출판사 앞에서 서성대다가 그 건물 3층에서 인테리어업체를 운영한다고 자처하는 남자로부터 귀가 번쩍 뜨이는 제안을 받았다. “내가 드루킹이랑 한 식구로, 지금 이 사무실을 관리하고 있는데 생각이 있으면 같이 들어갑시다.” 이미 여러 매체에 보도된 대...
2016년 10월 29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이래 23차에 걸쳐 1700만여 명이 참여한 촛불집회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들 가운데 하나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윤민석 작사·작곡)였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 노래는 2014년 4월16일 오전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 참사를 소재로 한 것이지만 당시 대통령 박근혜와 ‘상왕’ 최순실이 저지른 국정농단의 실체를 반드시 밝혀 그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결의의 표현이기도 했다. 세...
2013년 2월25일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박근혜가 왜 그 직책을 바르게 수행할 수 없는지에 관해서는 여러 해 동안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진보적 언론과 야당은 5·16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아버지 박정희의 독재를 세습하려고 시도하면서 국정 농단을 일삼는 그의 행태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수구언론과 집권당은 박근혜가 박정희의 ‘조국 근대화’와 ‘고도 경제성장’을 이어받으려 노력한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밝힌 대통령 파면 사유는 박근혜가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지 말아야 하는 까닭을 극명하게 ...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이 지난 3월23일 자정이 지나자마자 구속되어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되자 SNS에는 ‘10년 묵은 체증이 사라진 느낌’, ‘통쾌 상쾌 유쾌’, ‘희대의 범죄자 드디어 감방으로’ 등 격렬한 내용의 글들이 빗발쳤다. 그는 2013년 2월24일 청와대를 떠난 지 5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제기된 뇌물 수수, 권력 남용, 횡령, ‘사자방 비리’ 등 온갖 혐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현직 대통령에 버금가는 호사를 누려왔다. 그러던 그가 지금은 3평짜리 감방에 갇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처량한 처지가 되고 말았...
지난 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 포토라인에 선 이명박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죄’를 했다. 그러나 그는 검찰에서 21시간 동안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18개나 되는 혐의 사실을 거의 모두 부인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그의 측근으로서 구속되어 있는 사람들)이 검찰에서 이명박의 뇌물죄를 비롯...
지난해 봄은 1960년 4월, 1980년 5월과 더불어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였다.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 파면’을 선고한 데 따라 19대 대선이 치러져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기 때문이다. 그 봄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의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평화체제를 세우는 출발점이었다면 올해 봄은 1945년 이래 73년 동안 지속되어 온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전망이 아주 밝아진 역사적 전기라고 볼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10개월...
지난 3월2일 강현경 코리아타임스 문화부장이 영국을 대표하는 진보적 매체인 가디언에 기고한 기사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성추행 고발 이후 한국 교과서들에서 지워지는 시인 고은’이라는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시인이자 저술가이며 평론가인 고은(84)이 지난 토요일자 가디언에 보도된 성명에서 그의 상습적 성추행에 관한 의혹을 부정했다” 성명의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는 나의 행위가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는 그 어떤 부작위적 고통에 관해 이미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나는 몇몇 개인들이 나를 상대로 제기한 상습적 추...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3일, 한국 현대사와 언론사의 여러 군데를 고쳐 쓰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문재인 정부의 국무회의가 동아일보의 초대 사주인 김성수가 1962년에 받은 건국공로훈장 복장(현재 대통령장)을 취소하기로 의결한 것이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의 국가재건최고위원회가 ‘동아일보와 각종 학교를 세운 언론·교육 분야 공로’로 수여한 그 훈장에 관해 지난 56년 동안 진보적 역사학자들과 언론학자들은 끈질기게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왜냐하면 일제강점기 말에 조선일보와 함께 친일반민족행위를 일삼은 ...
지난 1월26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은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처참하게 무너진 공영방송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는 1월22일 KBS이사회가 고대영 KBS 사장 해임 제청안을 의결한 데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이튿날 해임 결재를 한 것을 두고 ‘새로운 방송 적폐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각 구성에 6개월 넘게 걸리고 공기업 경영진 교체 등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무척 기다렸던 듯하다”며 “여권 편향 방송이 차고 넘치는데 공...
지난 17일 김백준 청와대 전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거액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이명박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특히 김백준 전 기획관이 오랜 기간 그의 ‘집사’ 노릇을 했다고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바로 그날 오후 즉각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 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며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또한...
지난해 12월27일 개봉한 영화 ‘1987’이 1월12일이면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권 시기에 기획되어 은밀하게 제작되고 있던 이 작품은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창고에 갇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1987’은 촛불혁명 덕분에 밝은 세상에서 많은 이들, 특히 20~30대의 사랑까지 받는 ‘국민영화’로 솟아오를 수가 있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격동적인 민주·민족·민중운동이 펼쳐진 1980년대는 촛불혁명의 뿌리라고 볼 수 있다. 그 시기에 가장 두드러진 사건...
2017년 12월27일은 대한민국 방송의 역사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그 무대는 오후 8시에 시작된 ‘MBC 뉴스데스크’였다.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은 박성호 기자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오늘부터 정상체제로 돌아온 뉴스데스크는 앞으로 공영방송다운 뉴스가 무엇인가를 늘 고민하면서 여러분께 찾아가겠습니다. 권력이 아닌 시민의 편에 서는 뉴스가 되도록 MBC 기자들 모두 여러분께 다짐합니다.” 박성호 기자와 함께 앵커를 맡은 손정은 아나운서는 “오늘은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서 먼저 MBC 뉴스가 지난 5년 ...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대표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같은 날(12월14일) ‘국제외교’를 위해 출국했다. 전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으로 초청받아 3박4일 일정으로 베이징에 갔고, 후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동하러 2박3일 계획으로 도쿄에 간 것이었다. 한국의 모든 매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외교를 날마다 대서특필했는데,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대표하는 보수언론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진보언론 진영의 한겨레와 경향신문, 그리고 인터넷매체인 미디어오늘, 오마...
일요일인 12일 정오 직전, 점심식사를 하려고 밥상 앞에 앉아 TV를 켜니 ‘대한민국 17대 대통령’ 이명박이 인천공항 귀빈실 주차장에서 승용차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생중계 되고 있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이 “MB 구속·적폐 청산” “다스는 누구 겁니까”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데도 그는 ‘여유 있게’ 미소를 지으며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에게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귀빈실로 들어가는 이명박을 향해 기자들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스는 누구 것이냐”라고...
6월항쟁 21주년 기념일인 2008년 6월 1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6·10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렸다. 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4개월도 되지 않은 이명박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정권의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었다. 그는 그로부터 9일 뒤인 6월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주장했다. “지난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
최근 이명박 정부 시기에 저질러진 국정농단과 헌정질서 파괴에 관한 증거들이 폭죽 터지듯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국가정보원이 공영방송인 KBS와 MBC를 권력의 도구로 만들기 위해 작성해 두 방송사에 내려보낸 ‘지침’과 블랙리스트이다. 지난 4일 사장과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KBS·MBC 노동자들은 국정원 적폐청산TF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훨씬 치밀하고 악랄한 ‘언론장악 공작’을 통해 공정방송과 자유언론의 숨통을 조였으며, 언론계 ‘공범자들’의 맨 윗자리에 ...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지난달 29일 ‘노보’를 통해 밝힌 대주주(윤세영 회장과 그의 아들 윤석민 부회장)의 적폐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주식 61.2%를 보유한 태영건설의 회장이자 부회장이기도 한 그들 부자(父子)가 SBS라는 큰 매체의 실질적 사주로서 이명박의 ‘4대강 사업’에 참여해 대규모 토목공사를 따냈다는 것이다. 그것도 SBS의 환경전문기자가 4대강 사업을 비판하지 못하도록 ‘보도지침’까지 내리면서.SBS노조는 9월4일자 ‘노보’에서 윤세영이 박근혜 정권에 어떻게 ‘부역’했는지를 상세히...
지난 1일 저녁 6시30분 쯤,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이 주관하는 7차 ‘돌마고 불금파티’에 참석한 1000여 명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을 가득 채웠다. 사회자(오언종 KBS 아나운서)가 행사 시작을 알리려고 하는데, KBS와 MBC 노조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관중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6시35분쯤 무대 위의 대형 스크린에 진기한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 방송사 노조원 200여명이 63빌딩 안의 대연회장 입구에서 “고대영은 나와라”를 외치는 것이었다. ...